‘국가대표’는 끝났지만 김연경의 배구는 계속된다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김연경이 지난 8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가대표 은퇴식에서 헌정 영상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런던·도쿄 올림픽 4강 이끌고
V리그 넘어 ‘세계 최고 공격수’
“유소년 스포츠 발전에 힘쓸 것”
‘국가대표 김연경’의 마지막은 아름다웠다. 김연경(36·흥국생명)다웠다.
김연경이 이틀간의 국가대표 은퇴 행사를 치렀다. 김연경의 이름을 걸고,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8일에는 국가대표 은퇴 경기를, 9일에는 세계 여자배구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8일 김연경은 태극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국가대표 은퇴 경기를 치렀다. 김연경은 2021년 태극마크 유니폼을 반납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3년이 지나서야 은퇴 경기를 가졌다.
김연경이 이끄는 ‘팀 대한민국’과 절친 양효진의 ‘팀 코리아’가 맞붙었다. 한국 배구의 오랜 기둥이었던 김연경의 은퇴를 기념하는 성대한 ‘배구 축제’였다.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을 잃지 않던 김연경도 경기 종료 후 은퇴식에선 눈물을 흘렸다. 김연경은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 경기를 뛰었던 순간, 항상 태극마크를 꿈꾸며 운동을 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며 “이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연경(10번)이 9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가대표 은퇴 기념 ‘김연경 초청 세계 여자배구 올스타전’에서 팀 스타의 승리를 이끈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에는 좀 더 글로벌한 배구 축제가 열렸다. ‘월드스타’ 김연경은 국제배구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선수다. 2005년 성인 국가대표로 데뷔한 김연경은 2012 런던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을 두 차례 4강으로 이끄는 등 한국 여자배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V리그를 넘어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리그에서 오랜 기간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활약했다.
아리 그라사 국제배구연맹(FIVB) 회장은 김연경의 은퇴 경기 영상 축사에서 “전 세계 수백만명의 훌륭한 롤모델이자,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예우했다.
이날 올스타전은 김연경, 김수지, 염혜선, 임명옥 등 국내 선수와 쉐일라 카스트로(브라질), 미유 나가오카(일본), 플레움짓 틴카오우(태국) 등 국내외 정상급 선수들이 ‘팀 스타’와 ‘팀 월드’로 나눠 대결했다. 김연경이 속한 팀 스타의 지휘는 세자르 에르난데스 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이 맡았고, 팀 월드의 지휘봉은 김연경이 속한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잡았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은 이벤트 경기였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며 팬들의 응원에 보답했다. 김연경은 여전한 경기력으로 12득점을 하며 팀 스타의 70-68 승리에 앞장섰다.
김연경은 마치 국제대회에서 승리한 것처럼 크게 환호했다. 김연경은 경기 뒤 “초청을 받고 한국에 와준 선수들과 한국 선수들에게도 감사드린다”며 “내년에도 이런 이벤트 경기가 열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해보겠다”고 했다. 팀 월드에서 김연경을 상대한 안나 라자레바(러시아)는 “김연경 선수는 배구계의 큰 레전드”라며 “모두가 김연경 선수처럼 되려고 노력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김연경은 올스타전에 앞서 자신의 이름 머리글자를 딴 ‘KYK 재단’ 출범식을 열었다. 김연경은 “유소년 스포츠 발전을 위해 재단 사업을 항상 꿈꿨다”며 “스포츠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 유소년 스포츠가 발전해야 프로 리그와 국가대표까지 발전한다”고 말했다. 배구에만 국한하지 않고 가정 형편 때문에 좋아하는 운동을 하지 못하는 유소년을 찾아 적극적으로 도울 예정이다.